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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TEMBER+OCTOBER

[ WEALTH & ]Real Estate

변화하는 정비사업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

재건축 등 택지 정비사업은 언제나 부동산시장의 이슈였다.
하지만 다양한 규제와 절차상의
문제로 순조롭게 진행하며 성과를 거두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7월 정부가 발표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은 지금껏 정비사업의 문제로 떠오른 부문을 상당히 완화해
부동산시장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을 예정이다.

Writer. 조규성
(우리은행 자산관리컨설팅센터
부동산자문팀 부동산전문가)
Photo. 셔터스톡

주택공급에 부는 변화의 바람

주택공급 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단어가 몇 개 있다. 대규모 택지개발이나 신도시 개발 같은 단어다. 아마도 대규모 택지개발이 과거부터 현재까지 주택공급의 큰 비율을 담당하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개발한 택지는 비교적 도심 외곽에 자리 잡은 경우 가 많다. 아무래도 도심의 대규모 택지개발은 쉽지 않 다. 이미 거의 공지 없이 다양한 건축물이 들어서 있고, 지가가 높은 편이라 시간이나 비용 면에서 외곽 택지개 발에 비해 많은 기회비용이 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도심에 택지를 공급하는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대규모 개발을 위한 공지는 부족하지만, 재개발이나 재건축 같은 정비사업을 통해 얼마든지 공급이 가 능하다. 낮은 밀도로 개발된 지역을 고밀도로 변경하면 기존 주택을 제외하더라도 상당한 수의 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

지금껏 정비사업은 투기 수단의 일종으로 여겨지기도 해 상당한 규제에 묶여 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던 것 이 현 정부 들어 정책 분위기가 상당히 변화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발표한 2023~2027년 5개년 주택공급 계획을 보면, 정비사업 규모를 52만 호 수준으로 총예정 공급량인 270만 호 대비 약 19% 수준으로 목표를 설정 하며 정비사업 활성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도심 내 정비사업을 색안경을 끼고 보던 시선에서 벗어나 도심 택지 공급의 주요 수단으로 바라보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그것만으로 도심지 주택공급이 활성화될 수 있을까? 주택공급 정책에 부는 변화의 바람이 그저 잠깐의 미풍에 불과한 것은 아닌지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은 여전히 존재한다.


규제의 빗장을 풀어라

사실 정비사업은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다만, 그간 정비사업을 일종의 투기로 보는 분위기 탓에 규제가 워낙 많아 사업을 시작하기도 쉽지 않고, 사업에 드는 기간도 긴 편이었다. 사업 기간이 길다 보니 규제가 늘거나 시장상황의 변화, 조합원들의 이해관계 변화가 변수로 작용해 예상보다 사업 소요 기간이 길어지는 일이 비일비재 했다. 그러다 보니 지정되었던 정비사업도 2012년부터 2021년까지 서울시에서만 410곳이 구역 해제로 감소하는 등 정비사업을 통한 공급량 증가는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국토교통부 발표 주택공급 계획
(2022년 8월 16일)

구분 수도권 비수도권
공공택지 및 국공유지 62 26
정비사업 등 37 15
기타 민간아파트 23 43
기타 민간 비아파트 23 43
158 112

출처 국토교통부 단위 만 호


정비사업 활성화를 통한 주택공급 증가를 위해 필요한 것은 빠른 속도와 탄탄한 사업성일 것이다. 공공 영역에서 해줄 수 있는 것 중 가장 빠른 방안은 규제 완화를 통해 속도를 높이는 길로, 현재 서울시와 정부는 규제를 완화하는 쪽으로 정책 행보를 같이하며 규제의 빗장을 풀기 시작했다.

서울시는 소위 신통기획이라 불리는 통합 심의를 통해 정비사업의 속도를 향상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초기에는 재개발에 비해 저조했던 재건축 부문도 자문 방식도입(계획 수립 기간 단축 효과) 으로 규제를 완화해 속도가 향상될 것으로 보이자 여의도나 강남의 핵심 단지들도 신통기획에 참여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개정안을 통해 완화되는 규제들

정부는 2022년 말 재건축 안전진단 합리화 방안을 발표하며 안전진단 진입장벽을 낮춰 재건축 대상을 확대한데 이어 올해 7월에는 2024년 1월부터 시행 예정인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을 통해 정비사업의 규제 완화를 예고하였다. 이 개정안을 통해 완화하는 규제는 크게 네 가지로 요약할수 있다.

첫째, 개정 후에는 모든 정비사업의 심의 시 통합 심의를 도입한다. 사실상 신통기획의 전국 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데, 정비사업 초기에 상당한 시간을 소요하는 심의 기간을 단축할 수 있어 규제 완화 효과로 정비사업 속도 상승이 예상된다. 사업 속도의 중요성은 최근 건축비 상승과 금리 상승을 겪으며 다시 한번 부각된 내용이다. 사업 속도가 빨랐다면 높은 금리와 건축비의 직격탄을 피할 수 있었던 사업장도 있는 까닭이다.

둘째, 과밀억제권역 내 공업지역에서 정비사업을 진행 하는 경우, 개정 후에는 법정 상한 용적률까지 주택 건설이 가능하다. 개정 전에는 과밀억제권역 내에서는 주거지역에만 법정 상한 용적률까지 주택 건설이 가능했다. 일반적으로 주거지역보다 공업지역의 용적률이 더 높은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대지면적이 같다면 용적률이 높은 편이 더 넓은 면적에 건물을 지을 수 있으므로 개정을 통해 이제 과밀억제권역 내 공업지역에서 정비사업을 진행하는 경우, 고밀도로 주거시설 개발도 가능하게 되었다. 따라서 앞으로는 과밀억제권역 내 공업지역의 위상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셋째,역세권 정비사업에 대한 인센티브가 따른다. 역세권은 교통이 워낙 편리해 선호도가 높은 권역이다. 이런 역세권에서 정비사업을 진행하면 이제 인센티브도 얻을 수 있으니 금상첨화라 할 만하다. 역세권 정비 사업 촉진을 위해 개정 법안에서는 법적 상한 용적률의 100분의 120까지 용적률을 완화하거나, 용도지역을 아예 변경한 후 용적률 상한선까지 완화하는 등 인센티 브를 제공한다. 이뿐 아니라 각종 건축규제도 심의를 통해 완화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았다. 물론 용적률 완 화로 생긴 면적의 75%는 시장이나 군수 등에게 제공해 공공에 기여하도록 하는 조건은 있다. 하지만 역세권이 지닌 우수한 입지에 규제완화 혜택이 더해져 정비사업이 촉진되고, 역세권 지역의 위상은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조합 방식과 신탁 방식 정비사업 비교

구분 조합 방식 신탁 방식
(지정 개발자인 경우)
사업
시행자
조합 신탁사
지정
절차
조합 설립 인가 사업 시행자 지정 고시
동의
요건
■ 재개발 시
- 토지 등 소유자의
3/4 이상
- 토지 면적의 1/2 이상
■ 재건축 시
- 동별 구분소유자의 과반
- 전체 구분소유자의
3/4 이상
- 토지소유자의 3/4 이상
토지 면적 1/2 이상
토지 등 소유자의
2/3
이상
(정비구역과 사업
시행자
동시 지정,
정비계획과
사업
시행 계획 통합 처리
특례 부여)
개발
이익
조합에 귀속 조합에 귀속
(신탁 수수료 발생)

출처 국토교통부


넷째, 정비사업에 신탁사 특례가 생겼다. 개정 전에도 신탁사는 조합을 대신해 정비사업을 진행하는 대행자 역할을 했다. 그런데 이번 개정으로 단순 대행자였던 신탁사의 역할을 확대해 지정 개발자로서 토지 등 소유자의 일정한 동의 요건을 갖추어 정비구역을 제안할 수 있게 되었다. 이 경우 지정권자는 정비구역과 사업 시행자를 동시에 지정할 수 있고, 인허가 절차가 간소해져 신탁사는 정비계획과 사업 시행 계획을 통합해 처리 할 수 있는 특례 혜택을 얻게 되었다. 조합을 통한 개발 방식은 조합 임원 등의 비리로 조합이 손실을 보거나 경험 부족으로 사업 진행 속도가 더뎌지는 등의 문제에 맞닥뜨리는 경우가 상당했다. 물론 신탁사를 통한 정비 사업은 1~4%에 달하는 신탁 보수를 지급해야 한다. 하지만 신탁사는 풍부한 전문 지식과 비교적 투명한 절차 진행 등 자체적인 경쟁력에 개정을 통한 특례 혜택까지 얻게 되어 향후 정비사업 진행에서 주요한 주자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듯 서울시와 정부의 의지로 규제의 빗장이 상당히 풀리게 되었다.





규제완화가 불러올 변화에 대처하는 자세

한번 건설하면 오랫동안 사용하는 주택이지만 예전에 지은 노후주택은 안전상 문제 또는 열악한 주거 환경 문제로 멸실이 필요할 때도 있다. 그렇다 보니 인구가 늘지 않아도 신규 주택은 매년 적정량 공급해야 한다. 그런데 주택공급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신규 택지는 적정 부지가 부족한 데다 공급 완료까지 보상 작업 등이 걸려 있어 조성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공급을 빠르게 늘리기 어렵다. 택지가 외곽에 위치하는 경우, 광역교통과 기본 인프라도 고민거리다. 누구나 살고 싶어 하는 교통이 편리하고 인프라를 잘 갖춘 지역은 공급할 만한 부지 자체가 그리 많지 않다. 최근에는 금리와 건축비, 토지 가격 등에 따른 원가 상승이 개발사의 수익 악화로 이어져 개발사업이 위축된 상황이다. 특히 금리 상승과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징후 등은 개발사들이 개발을 위한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운 여건을 만들었다. 그렇다 보니 사업성이 아주 좋은 몇몇 개발 건을 제외하고 당분간 주택공급이 호락호락하지 않은 상황이라 전체적으로 주택공급은 감소 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규제를 적극적으로 완화하는 정비사업은 새로운 공급 루트로 떠오를 수밖에 없다. 특히 정비구역 이외에 산업과 교통, 각종 인프라가 양호한 수도권 지역의 정비사업은 규제완화와 공급 부족까지 겹친다면 사업을 통해 얻는 이익이 상당히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전년 동월 대비 주택 인허가 실적 증감률 추이

하지만 모든 것은 지나치면 안 되는 법이다. 단기과열로 인한 성급한 투자는 경계할 필요가 있다. 규제가 완화되어 속도가 빨라지고 진입장벽이 낮아지면, 정비사업 신청 건수는 당분간 증가세를 보일 것이다. 그리고 투자자의 관심도 증가해 정비사업 투자도 증가할 것이다. 그러다 보면 단기과열 양상을 보일 수 있고, 투자자는 조급한 마음에 성급한 투자를 할 위험성도 있다. 하지만 정비사업 수가 증가하면 각 사업 간에 우열이 생기기 마련이다. 또 규제를 완화했다고 모든 정비사업이 다 성공하는 것도 아니다. 정비사업에 투자할 생각으로 고민하고 있다면 기억하자. 과연 다른 정비 사업장이나 주변 신축에 비해 분담금을 고려해도 가격 면에서 경쟁력이 있는지, 접근성이나 주변 환경 등 정주 여건은 양호한지 등은 여전히 꼼꼼히 따져보고 투자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