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본문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SEPTEMBER+OCTOBER

[SPECIAL THEME]List

Into the Top

왜 산은 그토록 우리를 홀리는지,
보는 것만으로 그 이유를 증명하는
전 세계 꿈의 산들.

Writer. 유나리
Photo. 셔터스톡, 언스플래시, 한경DB

베리 덤불이 환상적으로 이어진 몽블랑의 가을 풍경

근대 등산의 발원지

프랑스 알프스 몽블랑

1760년, 제네바의 식물학자 오라스 소쉬르Horace Bénédict de Saussure는 식물채집을 하다 본 거대한 설산 몽블랑Mont Blanc에 반했다. 몽블랑 앓이는 사그라지지 않아 등반을 시도했지만, 그의 능력으론 어림없었다. 소쉬르는 자기 대신 올라줄 사람을 찾아 상금을 내걸었다. 26년이 지나서야 상금의 주인이 나타났다. 자크 발마Jacques Balmat와 미셸 가브리엘 파카르Michel-Gabriel Paccard. 둘은 변변한 장비조차 없이 목숨을 내걸고 올랐다. 이들의 성공으로 인류의 등산 역사가 시작됐다. 이때까지 인류에게 산은 신성한 숭배의 영역이지 오르고 정복하는 대상이 아니었다. 이 덕분에 스위스·프랑스·이탈리아·오스트리아 무려 4개국에 걸쳐 있는 거대 산맥 알프스Alps, 그중에서도 4,807m 최고봉인 몽블랑은 근대 등산의 발원지로 꼽힌다. 등산을 뜻하는 ‘알피니즘Alpinism’이란 단어도 여기서 유래했다.
몽블랑의 의미는 ‘하얀 머리의 산’. 정상에 1년 내내 눈과 빙하가 쌓여 있어 그렇게 부른다. 몽블랑을 중심으로 주변 산을 한 바퀴 도는 투르뒤 몽블랑Tour du Mont Blanc 둘레길을 걸으면 매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총 170km 거리에 9~13일이 소요되는 이 코스는 스위스·프랑스·이탈리아 3국을 고루 지나며 그랑드조라스Grandes Jorasses, 당뒤제앙 Dent du Géant등 4,000m가 넘는 고산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줄여서 TMB라 부른다. TMB의 베이스캠프 격인 프랑스 샤모니 중심가에 소쉬르와 발마의 동상이 있다. 발마의 손끝이 가리키는 곳이 바로 몽블랑이다. 6월 중순부터 9월 말까지가 오르기 가장 좋다.




호수에 비친 피츠로이를 카메라에 담을 수 있는 명소인 카프리 호수.카프리 호수까지 가는 트레킹 코스는 길이 비교적 평탄해 초보자도 도전할 만하다.

피츠로이 정상에 서면 눈이 시리게 푸른 옥빛을 띠는 로스트레스 호수가 있다. 카프리 호수에서 로스트레스 호수까지 걷는 트레킹 코스는 왕복 8시간이 걸린다.

연기를 내뿜는 신비한 미봉

아르헨티나 파타고니아 피츠로이

유네스코가 선정한 세계 5대 미봉 중 하나인 피츠로이Fitz Roy는 해발 3,405m로 남부 파타고니아 최고봉이다. 이 지역에 살던 원주민 테우엘체족은 동물의 이빨처럼 뾰족한 피츠로이 정상이 항상 구름에 덮여 있어 ‘연기를 내뿜는 산’이라는 뜻의 ‘세로 찰텐Cerro Chalten’이라 불렀다. 그만큼 오르기 어려운, 두려움과 경외를 느끼게 하는 자연의 신비를 간직한 곳이었다. 이 매력은 현재까지 유효하다. 아르헨티나 빙하 국립공원에 속한 파타고니아의 작은 마을, 엘찰텐에서 시작하는 피츠로이 트레킹 코스에 오르기 위해 사람들은 여전히 이곳을 찾는다. 과거 테우엘체족이 피츠로이에 매료된 것처럼, 엘찰텐은 전 세계 각지 사람이 모이는 트레킹 성지가 됐다. 등정이 어렵기로 소문난 곳답게 오르기 만만하지는 않다. 쉽게 돌아보고 싶다면 카프리 호수까지 다녀오는 왕복 3시간 내외의 코스가 적당하다. 피츠로이가 있는 남미 지역은 3월부터 6월까지 가을이다. 이때 파타고니아 지역이 단풍으로 물든 장관을 볼 수 있다. 봄에 해당하는 9월부터 12월까지도 적당하다.




다테야마 아래에 있는 분화구 평원인 무로도 고원 풍경. 총 5개의 작은 분화구 중 4곳에 물이 고여 화구호를 이루고 있다. 때때로 수증기가 피어오르는 독특한 장관을 목격할 수 있다.

바위에 매달리다시피 해 올라가야 한다는 쓰루기다케 풍경. 모험심이 강하다면 무로도에서 시작해 쓰루기다케로 이어지는 트레킹 코스에 도전해보자.

아시아의 알프스

일본 북알프스 다테야마

다테야마는 후지산, 하쿠산과 함께 일본의 3대 명산으로 꼽힌다. 고산 풍경이 유럽 알프스를 닮아 ‘일본의 알프스’, ‘알펜루트’로 불린다. 보통 봄이면 설벽을 뚫어 만 든 길을 따라 펼쳐지는 풍경이 유명하지만, 가을에는 단풍이 물들어 화려한 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 다테야마가 있는 일본 북알프스 지역(일본 기후현·도야마현·나가 노현에 걸쳐 길게 뻗은 히다산맥을 통칭)은 일본 내에서 산세가 가장 험한 곳으로, 3,000m급 고봉이 남북으로 길게 이어져 있다. 가장 높은 곳은 해발 3,015m인 오난지야마지만, 3,003m의 오야마를 주산으로 여긴다. 오야마는 정상에 작은 신사가 하나 있는 신앙의 성지로, 맑은 날이면 남쪽 후지산이 보일 정도로 전망이 수려 하다. 등산을 더 즐기고 싶으면 오야마에서 오난지야마, 후지노오리다테, 마사고다케, 벳산을 거쳐 쓰루기고젠 산장에서 하산하는 코스를 추천한다. 색다른 풍경을 보고 싶다면 덴구고원에서 미다가하라를 걸어볼 것. 미다가하라는 10만 년 전 화산 폭발 후 용암이 쌓여 생긴 고원 습지로, 스웨덴 쿵슬레덴 같은 느낌을 안긴다.




관목과 덤불이 무성한, 등산과 산책의 중간 단계 정도인 ‘부시 워크’의 정수를 경험할 수 있는 크래들 마운틴 트레킹 코스

세계 10대 트레킹 코스에 종종 꼽힐 만큼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하는 오버랜드 트랙. 신비한 고대 삼림 숲도 걸을 수 있다.

오지 중의 오지, 원시 그대로의 풍경

호주 태즈메이니아 크래들

호주 최남단의 섬 태즈메이니아는 대부분의 지역을 국립공원과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보호할 정도로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자랑한다. 사람이 많이 살지 않는 오지가 대부분인 곳으로, 섬 어디를 걸어도 트레킹 코스일 정도다. 특히 유명한 곳은 크래들 산Cradle Mountain.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이곳은 남반구 특유의 독특한 자연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어 우리와 다른 지형과 자연을 경험하기 좋다.
고산 유칼립투스, 머틀 숲, 바위로 이어진 산, 빙하 골짜기, 천연 습지대 등 야생의 원시림 사이를 걸으며 생경한 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 태즈메이니언 데빌, 웜뱃 등 호주에서만 사는 야생동물도 볼 수 있다. 크래들을 경험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오버랜드 트랙을 하이킹하는 것. 크래들산에서 세인트클레어 호수까지, 작은 로지에서 자며 야생 지대 명소를 걷는 6일간의 하이킹 코스로 변화무쌍한 이곳을 찬찬히 감상하기에 제격이다. 우리와 계절이 반대라 5~8월이 겨울이다. 9월에 가면 트레킹하며 남극광 관찰도 가능하다.




세계 일주 크루즈는 100일 이상의 기간 동안 20여 개국, 40개 이상 도시를 방문한다.

세계 최고의 봉우리, 꿈의 산

네팔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세계의 지붕’이라 불리는 히말라야산맥 중부에 줄지어 선 고봉들. 8,000m급 봉우리 1개, 7,000m급 봉우리 13개, 6,000m급 봉우리 16개로 이뤄진 거대한 산맥이다. 길이만 무려 55km에 달한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꿈꾸는 궁극의 장소라 할 수 있다. 안나푸르나Annapurna를 경험하는 다양한 트레킹 코스가 있지만 그중 유명한 것은 해발 3,200m에 위치한 푼힐 전망대까지 다녀오는 코스와 해발 4,130m까지 오르는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코스, 산 전체를 한 바퀴 도는 안나푸르나 서킷 코스 등이 있다. 히말라야 연봉 사이로 해가 떠오르는 장관을 볼 수 있는 푼힐 코스는 히말라야에 처음 도전하는 사람을 위한 가장 현실적인 코스. 푼힐에서 감상한 8,000m 고봉의 장엄한 풍경을 잊을 수 없다면 서킷 코스에 도전할 것. 안나푸르나 1봉·2봉·3봉, 강나푸르나 등 설산 풍경을 감상하며 해발 5,416m인 소롱라까지 오르며 안나푸르나 산군 주변 을 한 바퀴 도는 코스로 여기까지만 올라도 정상에 오른 것 못지않은 기쁨을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