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이전에는 여행지나 약속 장소를 찾아갈 때 종이 지도 한 장을 차근차근 짚어가며 길을 찾아다니던 때가 있었다. 지금은 스마트폰을 켜고 지도 앱에서 목적지를 입력하면 GPS 위성위치확인시스템로 내 위치를 실시간 확인하며 쉽게 목적지에 다다른다. 15년 전 감정평가 업무를 하던 시절에는 임장활동을 통해서만 대상 부동산의 물리적 상태, 상권과 입지 분석, 시세 파악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IT 기술의 비약적 발전으로 현장 조사 전 손품을 팔아 각종 지리적, 공간적, 시세 데이터를 쉽게 취득할 수 있게 되었다.
부동산 투자는 현장에 답이 있다고는 하지만, 손품만으로도 투자 대상 적격 여부가 필터링 된다면 상당한 시간과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을 것이다. 능률적인 부동산 투자를 위해 각종 데이터가 담긴 전자 지도(측량 등을 통해 만든 종이 지도를 디지털 방식으로 변환해 소프트웨어적으로 구현한 지리 정보) 활용 시, 도움이 될 만한 팁을 몇 가지 소개해 보고자 한다.

또한 현재는 오피스텔 밀집 지역으로 바뀐 과거의 방이동 모텔 골목을 보면서 장래 오피스텔로 개발될 슬럼화한 역세권 상업지역을 가늠 해볼 수 있고, 리모델링 목적으로 꼬마 빌딩 매입 시에도 거리뷰로 인근 리모델링 사례의 전후 모습을 보며 업종 변화 및 리모델링 비용을 추정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거리뷰보다 더 오랜 시점을 보여주는 항공사진 역시 중요한 과거 정보다. 특히 소송이나 보상 시 위법 건축물이나 무허가 건축물의 존재 여부를 파악하는 데 결정적 증빙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위법 건축물의 존재 기간 확인으로 손해배상 청구 금액이 달라질 것이며, 1989년 1월 24일 이전 무허가 건축물은 보상 대상이면서, 재개발사업의 경우라면 입주권 교부 여부가 결정된다. 일반인들도 국토정보 플랫폼에서 항공사진을 확인할 수 있으며, 온라인으로도 발급받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지도에 입힌 과거 실거래가격 정보도 시세 파악에 큰 도움이 된다. 과거에 여러 번 거래된 내역이 있는 사례를 통해 연간 가치 상승률이나 지역의 성숙도를 파악해 볼 수 있다. 예전에는 일일이 등기부등본을 떼서 매매 금액을 확인하곤 했지만, 이제는 전자 지도 몇 번 클릭만으로 시세 파악이 되니 엄청난 시간 절감을 가져왔다. 가까운 미래에는 구글 글래스 같은 디바이스를 착용하고 임장을 나가면 증강현실로 건물 앞에 실거래가격 정보뿐 아니라 건물 정보(층별 용도, 면적, 높이 등)도 보여줄 것 같긴 하다.

‘토지이음’으로 도시계획 및
공법상 제한 알기

부동산 상담 자문 업무 시, 부동산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가장 먼저 방문하는 사이트가 ‘토지이음’이다. 대상 토지의 용도지역, 지목, 면적, 공시지가 등 기본 정보 파악이 우선시되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대상 토지의 도시계획 및 공법상 제한 파악이 목적이다. 대상 토지가 재개발구역 또는 지구단위계획구역일 경우 장래 이용에 큰 제약이 따르며, 부동산 가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또 부동산 가치와 이용 상황에 영향을 주는 각종 공법상 제한, 예를 들면 교육 환경 보호구역인지, 가로구역별 최고 높이 제한지역인지, 토지거래허가구역인지, 도시계획도로에 저촉되는지, 보전산지인지 등도 꼼꼼히 확인해 본다.
토지이음 사이트의 최대 장점은 전자지도 도면으로 각각의 도시계획 및 공법상 제한의 공간 범위와 경계를 명확히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특정 지역의 도시계획도로를 클릭하면 도면상에 빨간색으로 도로가 표시되면서 전체적인 도로의 계통뿐 아니라 대상 토지의 저촉 여부와 범위도 파악할 수 있다.

‘브이월드’로 수치화
정보 파악하기

국토교통부가 운영하는 공간 정보 오픈 플랫폼인 ‘브이월드’는 국토관리, 교통, 산업, 환경 등과 관련된 다양한 지리적·공간적 정보를 제공한다. 특히 3D 데스크톱 전자지도를 통해 거리, 면적뿐 아니라 건물의 높이, 임야의 경사도, 일조 분석, 사선 제한 등을 입체감 있게 파악할 수 있다. 현장에서 파악하기 어려운 이런 수치 정보를 사전에 체크한다면 현장에서 필요한 부동산 실측 및 측량 업무를 대부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2023년 8월 국토교통부는 ‘브이월드 고도화 계획(2023~2026)’을 발표하면서 3D 지도 등 고정밀 공간 정보 확대, 모바일 3D 지도 기능 등 사용자 중심 활용 기능 확충 등을 계획하고 있다.

‘오픈업’으로 매장
매출액 추정하기

상권분석 시 가장 중요한 데이터 중 하나가 매장의 매출액 자료다. 대출 비교 플랫폼 회사인 ‘핀다’에서 운영하는 상권분석 지도 사이트 ‘오픈업’에서는 상권별 업종 분포뿐만 아니라 지도상에 매장별 매출액의 강도가 색상으로 차등 표현된다. 관공서와 통신사, 시중 카드사 등으로부터 얻은 빅데이터를 통해 최근 시점의 월 매출액을 인공지능 AI을 통해 추정하는데, 이를 기반으로 상권의 유동성 분석은 물론 매장별 개략적인 임대료도 예상해 볼 수 있다. 여러 부동산 플랫폼 회사들이 지도상에 매매가격 정보를 제공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매장별 최근 매출액 추이를 파악할 수 있는 지도 사이트는 오픈업이 유일하다.

그 외 ‘테마지도’로 유용한
부동산 정보 취득하기

특정 주제를 테마로 해 지도상에 정보를 제공하는 사이트도 상당히 많다. ‘미래철도 DB’는 각 철도망에 대한 예상 노선도, 현재 진행 단계, 개통 예정 시기 등을 지도상으로 명확히 확인할 수 있고, ‘학구도안내서비스’는 지도상으로 학군, 통학 가능 지역 파악이 용이하다. 또 ‘부동산플래닛’에서는 건물의 노후도를 지도상에 색상으로 구분 표시하며, ‘호갱노노’에서는 학원가와 밀집도가 지도에 표시된다.
앞으로 AI, 빅데이터 등 첨단 정보기술 IT을 결합한 프롭 테크 서비스가 많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며 새로이 업데이트되는 공간 정보 플랫폼이나 디바이스에 관심을 가지고 부동산 현황 파악과 분석에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최종 투자 결정은
현장 답사 후에

현장에서 파악하기 어려운 시계열 공간 정보 및 시세 정보, 공법적 정보, 수치 정보, 매출 정보 등을 사전에 전자지도를 통해 꼼꼼히 분석하는 것만으로도 부동산 투자 대상 후보군으로 낙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최종 투자 결정은 손품만으로 파악되지 않는 발품 정보를 확인한 후 내려야 한다. 실제 현장에서 공간감을 느끼고, 냄새도 맡고, 사람들의 동선과 표정 등도 살피면서 디지털 정보가 제공하지 못하는 아날로그 감성도 파악해야 확신을 가지고 투자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