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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Y+AUGUST

[ WEALTH & ]Investment

중진국 함정과
중국의 미래

거대한 땅과 인구, 엄청난 구매력과
경제 발전 가능성 덕분에
매력적인
투자처로 주목받고 있는 중국.
하지만 중국이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처인지에 대해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Writer. 고혜성
(우리은행 투자상품전략부 Analyst)
Photo. 셔터스톡

주가지수와 경제성장

일반적으로 주가는 기업가치에 의해 결정되는데, 기업가치의 상승은 영업이익이나 매출 등 실적 개선에 기인한다. 그리고 기업 실적은 경제성장으로 소비와 투자 등이 확대됨에 따라 좋아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주식의 가치를 평가하기에 앞서 경제성장에 대해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경제성장 이론에 따르면 후진국 또는 개발도상국이 우선적으로 택하는 경제성장 방법은 생산에 필요한 노동력이나 자본량을 증가하는 것이다. 그리고 투입 요소(노동, 자본)의 양이 일정 수준에 도달한 이후에는 기술 발전, 혁신으로 대변되는 총요소생산성Total Factor Productivity, TFP의 향상이 경제성장의 핵심 요인으로 작용한다. 총요소생산성이란 노동과 자본을 제외한 기술개발 및 제도 개혁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한 생산효율성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기업이 무언가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사람을 고용해야 한다. 그다음 컴퓨터(기계)를 활용하게 되면 수작업으로 하던 작업의 효율성이 올라가 생산량이 늘어나게 된다. 그런데 고용할 수 있는 사람의 수는 한정되어 있고, 한 사람이 컴퓨터를 두세 대씩 사용할 필요는 없기 때문에 단순히 사람과 컴퓨터 수를 늘림으로써 얻는 생산량 증가 효과는 한계에 도달하게 된다. 이후 생산량을 늘리기 위한 방법은 컴퓨터 성능 업그레이드, 직업교육을 통한 직원 역량 강화, 규정 정비 등을 통해 효율성을 높이는 일이다. 사람과 컴퓨터 수를 늘리는 것이 노동과 자본 투입량의 증가라면, 직원의 숙련도 향상과 컴퓨터 업그레이드 등은 인적자원개발이나 기술혁신 등으로 이해할 수 있다.

2000년대 중국 경제는 정부 차원의 막대한 투자를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중국의 경제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가장 높았던 2000년대 중반에는 중국 고정자산투자의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이 30%대를 기록할 정도로 높았다.

중국에 드리운 중진국 함정

중진국 함정이란 소득이 적은 국가가 경제성장을 통해 중간 소득 국가에 진입한 후, 성장동력을 상실함에 따라 소득수준이 계속 중진국에 머무르거나, 다시 저소득 국가로 회귀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2010년대에 들어서며 중국이 중진국 함정에서 벗어나 고소득국가에 안정적으로 진입·정착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계속 제기되어왔는데, 그 이유는 앞서 제시한 경제성장 요인들을 통해 확인해볼 수 있다.
우선, 중국은 추가적인 자본투자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실익이 크지 않을뿐더러, 정부의 재정 악화로 과거와 같은 대규모 투자를 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00년대 중국 경제는 정부 차원의 막대한 투자를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중국의 경제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가장 높았던 2000년대 중반에는 중국 고정자산투자의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이 30%대를 기록할 정도로 높았다. 하지만 자본이 증가할수록 한계생산량은 줄어들었고, 최근에는 과도한 자본투자가 과잉공급으로 이어지며, 중국 제조업 경기를 악화시키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중국 인구수 추이 및 전망

중국 그림자금융 규모 및 추이

한편, 자본이 증가하는 과정에서 경제주체들의 부채도 빠른 속도로 늘어났는데, 도시화를 위해 인프라와 부동산 등에 대한 공격적 투자가 이루어지면서 지방정부의 재정건전성은 크게 악화됐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2022년 중국의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약 280% 수준이며,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이른바 ‘그림자금융’3이라 일컫는 지방정부의 LGFVLocal Government Financing Vehicle 채무가 2022년 말 기준 약 51조 위안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만약 향후 중국의 디레버리징(부채 감소) 과정이 적절히 이루어지지 못한다면, 과잉 부채가 정부의 경기부양 여력을 감소시킴으로써 경제성장세가 둔화할 가능성이 높다.
다음은 노동력에 대한 부분으로, 최근 인구 문제는 중국을 중진국 함정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할 핵심 위험 요소로 여겨지고 있다. 미국 인구통계국 추산에 따르면 중국 인구수는 2030년을 정점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 하고 있으며, 빠른 고령화 속도와 인구부양비 상승은 다음 세대의 경제 활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중국의 인적자원 개발도 녹록지 않아 보인다. 인적자원개발은 단순히 고학력자를 늘리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업무를 수행하며 얻게 되는 경험 축적 Learning by Doing을 통해 비로소 실현될 수 있다. 그러나 올해 중국 대졸자가 1,160만 명에 달할 정도로 고학력자수가 늘어나고 있음에도 얼마 전 발표된 중국의 청년실업률은 20.8%를 기록하며 중국 역사상 최고치를 경신 했다. 학위를 취득한 사람이 늘어난다는 사실만으로는 인적자원의 질적 향상을 기대하기는 어렵고, 쌓아둔 지식을 적용하고 창의성을 발휘할 기회가 주어져야 할 필요가 있다.
중국의 자본과 노동력 투입 효과가 한계에 도달해가고 있기 때문에 결국 중국은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위해 총 요소생산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2010년대까지 중국경제성장률에서 총요소생산성이 기여한 부분은 전체 성장률 중 약 30%에 달할 정도로 높았지만, 금융위기 이후부터는 경제성장에 기여하는 부분이 크게 하락하기 시작했다. 앞으로도 총요소생산성은 하락 추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중국 정부의 공동부유5 정책과 기업 규제 강화가 민간의 자율적・창의적 의사결정을 위축시켜 기술개발 속도를 더디게 만들 수 있고, 최근 불거지고 있는 지정학적 갈등이 첨단기술 접근성을 감소시킴으로써 기술개발 여건을 악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주요국 주가지수 추이 비교

중국에 주어진 과제와 미래

2000년대 주요국 주가지수를 비교해보면 중국 주가지수의 상승률이 단연 돋보인다. 2000년부터 2010년까지 중국 상하이종합지수 수익률은 미국 S&P500 지수 보다 153%p, 한국 KOSPI보다 66%p 아웃퍼폼했고, 경제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던 2007년에는 2000년 초 대비 300%가 넘는 수익률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2010년대 들어 중국에 대한 부정적 전망들이 확산되면서 중국 주가지수는 다른 국가들의 주가지수보다 낮은 주가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향후 중장기적으로 중국 주가지수가 상승을 이어갈 수 있을지 여부 역시 경제성장 전망에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는 중국이 중진국으로 성장해오면서 나타난 구조적 문제를 얼마나 잘 해결하는가에 달려 있다. 중국이 1) 국가 부채 디레버리징 2) 인구 감소 및 빈부 격차 해결 3) 기술혁신/인적자원 개발 4) 미중 갈등 완화 등의 이슈를 효과적으로 극복해낸다면 중진국 함정에서 벗어나 고소득국가에 진입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과거 중진국 중 한국・일본・대만 등 일부 국가만이 중진국 함정에서 탈출할 수 있었던 만큼, 중국에게 고소득국가로의 안정적 진입이라는 과제가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에 투자하기에 앞서, 중국의 잠재력을 인정하면서도 상기 문제들을 해결해나가는 과정을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