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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JUNE

[SENIOR PLUS]Signature Hole

일동레이크GC

골프장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곳

‘명문’이라는 이름은 아무 곳에나 붙일 수 있는 수식어가 아니다.
게다가 30년 가까이 그 명성을 유지하고 있는 곳이라면 의심할 여지가 없다.
치밀하게 설계하고 세심하고 철저하게 관리해온 일동레이크GC의 시그너처 홀을 소개한다.
골퍼를 설레게 하는 딱 그런 곳이다.

Writer. 조수영(한국경제신문 기자)
Photo. 일동레이크


대한민국 시그너처 홀

대한민국에는 540개가 넘는 골프장이 있습니다.
이 모든 골프장에는 오너와 설계자가 가장 공을 들인, 그 골프장의 ‘얼굴’이라 할 홀이 있습니다.
적게는 18홀, 많게는 81홀 가운데 가장 멋진 딱 한 홀, 바로 ‘시그너처 홀’입니다.
2023년에는 한국경제신문과 함께 명문 골프장의 명품 홀을 소개합니다.

“북北 일동, 남南 화산”, 골프 좀 친다는 사람들 사이에선 꽤 알려진 말이다. 한강 이북에선 일동레이크GC를, 이남에선 화산CC를 제일로 친다는 얘기다. 2000년대 들어 ‘명품’을 내건 럭셔리 골프장이 많이 생겼지만, 일동레이크GC는 처음 문을 연 1995년이나 지금이나 대한민국 톱클래스 골프장으로 꼽힌다.
그 자신감은 골프장 입구에 서 있는 간판에 그대로 담겨 있다. ‘No.1 Tournament Course(1등 대회 코스)’. 근거 없는 얘기는 아니다. 한국프로골프협회 KPGA 코리안투어와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 KLPGA 투어 대회가 이곳에서 열렸고, 그때마다 명승부가 펼쳐졌다. 지난해 4월 열린 KLPGA 챔피언십에선 천하의 김효주(28)가 일동레이크의 제물이 됐다. 깊은 벙커와 긴 러프 등 일동레이크가 숨겨놓은 함정에 빠져 최종일에 7오버파로 무너진 것이다.
이런 무자비한 코스에선 평소보다 얼마나 스코어가 더 나올까. ‘백돌이’ 기자는 기가 눌렸고, 나쁜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바위산 안에 자리 잡은 마운틴 코스는 거리와 방향 중 하나만 틀려도 혼을 냈다. 언덕배기에 있는 힐 코스는 포근 하기는커녕 곳곳에 숨긴 함정으로 응징했다. 빠른 그린(스팀프미터 기준 3.0)도 부담이었다.
그렇게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16번 홀을 끝낸 뒤 17번째 티잉 그라운드에 올랐다. 일동레이크GC의 시그너처홀인 힐 코스 8번 홀(파4)이다.

일동레이크GC의 시그너처 홀인 힐 코스 8번홀

한국 설계 1세대 김학영 작품

일동레이크GC의 주인은 농심그룹이다. SK그룹이 소유하고 있던 것을 2001년 인수했다. 코스 설계를 잘하기도 했지만 골프를 라면만큼이나 사랑한, 그래서 매주 일동레이크GC를 찾은 고故 신춘호 농심 회장이 정성을 다해 가꾼 덕분에 곧 수도권 북부 최고 명문이 됐다. 설계는 김학영 씨가 했다. 한국과 일본에서 프로 골퍼로 활동하다 양산 에이원, 제주 테디밸리 등을 탄생시킨 한국 1세대 설계가다.
일동레이크GC는 얼핏 공략하기 그리 어려워 보이지 않는다. 페어웨이가 널찍한 데다 경사도 심하지 않아서다. 하지만 한두 홀 돌다 보면 왜 어려운지 곧 알게 된다. 우선 길다. 레드티 기준으로 모든 파4 홀이 320야드를 넘는다. 화이트 티 기준으로 400야드 넘는 파4 홀이 4개다. 힐 코스 3번 홀은 레드에서는 흔치 않은 500야드짜리 파5 홀이다.
시그너처 홀답게 힐 코스 8번 홀은 이런 일동레이크GC의 특징이 그대로 담겨 있다. 화이트티 350야드, 레드티 322 야드. 하지만 티잉 구역에 서자 ‘거리에 대한 부담감’을 ‘꽉 짜인 아름다움’이 대신했다. 새파란 페어웨이와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오른쪽의 연못. 그 너머에 있는 클럽하우스까지…. 한 폭의 그림이다. ‘명문 골프장 그린피의 절반은 풍경값’이란 말이 떠올랐다.
그동안의 미스 샷을 스스로 용서해주려던 찰나, 정철수 일동레이크GC 대표가 흥을 깼다. “페어웨이를 못 지키면 페널티가 큰 홀이에요. 방향이 중요합니다. 그렇다고 짧으면 투온이 안 되니 거리도 내야 하고….”

힐 코스 2번홀과 힐 코스 6번홀 사이에 자리한 일동송

미션 ‘페어웨이를 지켜라’

마음을 다잡고 드라이버를 휘둘렀다. 146m 날아간 공은 왼쪽 첫 번째 벙커에 떨어졌다. 다행히 벙커는 깊지 않았다. 7번 아이언을 휘둘렀다. 하지만 공을 감싸 안은 고운 모래를 너무 만만하게 봤나 보다. 빗맞은 공은 37m를 날아 바로 앞에 있는 또 다른 벙커에 떨어졌다.
56도 웨지로 벙커에서 탈출한 다음 8번 아이언으로 그린 앞에 공을 보냈다. 어프로치로 그린에 올린 뒤 투 퍼트. 트리플보기. 낙담한 기자에게 정 대표는 “지난해 KLPGA 챔피언십 최종일 경기에서 이 홀 버디는 딱 1개(마다솜 프로)뿐이었죠. 원래 어려운 홀”이라며 위로했다.
터벅터벅 18번 홀로 발걸음을 옮기려던 기자를 정 대표가 돌려세웠다. 그러더니 티잉 구역을 한번 보라고 했다. 그린에서 뒤돌아본 힐 코스 8번 홀은 티잉 구역에서 그린 쪽을 바라볼 때만큼이나 아름다웠다. 정 대표는 “봄이면 하얀 배꽃 밭으로 변신하는 마운틴 코스 3번 홀(파3)과 웅장한 바위산을 끼고 있는 마운틴 코스 9번 홀(파4)도 시그너처 홀에 버금가는 예쁜 홀”이라고 했다.

나무 한 그루도 다르다

전통 있는 명문 골프장답게 디테일에서도 차이가 난다. 일동레이크GC에는 그린까지 남은 거리를 표시하는 말뚝이 없다. 대신 여러 모양의 나무가 거리목을 대신한다. 일동레이크GC는 이런 나무를 50야드마다 심었다.
멋들어진 나무는 촘촘한 잔디와 함께 일동레이크GC를 빛내는 주인공이다. 그중 가장 유명한 나무는 마운틴 코스 2번 홀(파5) 티박스 옆에 있는 버섯 모양 소나무다.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1996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선정을 축하하는 라운드에서 친 이글을 기념하는 나무다. 당시 에버랜드에서 관리하던 나무 중 하나를 이 회장이 직접 골랐다고 한다. 일동레이크GC로 이사한 지 27년 된 이 나무는 농심의 ‘특별 관리’를 받는 것은 물론 에버랜드 나무 전문가들의 ‘출장 건강검진’도 매년 받는다.
힐 코스 7·8번 홀 뒤편 바위 언덕에는 상서로운 기운을 내뿜는 소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이 골프장의 터줏대감 ‘일동송’이다. 소나무는 이런 스토리를 안고 있다. 1995년 골프장 개장 직후 작은 사고가 이어졌다. 그러자 1999년 유명한 풍수학자 최창조 박사를 찾아가 조언을 구했다. 최 박사의 해법은 “클럽하우스 정면으로 보이는 바위산의 터가 너무 강하다. 바위 동산 꼭대기에 나무 한 그루를 심는 게 좋겠다”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중장비를 동원해 바위산 꼭대기에 심은 소나무가 지금의 일동송이다. 일동송을 심은 뒤 사고가 뚝 끊겼다고 한다. 정 대표는 “코스를 굽어보는 자리에 있는 일동송은 골프장의 안녕과 평안을 지켜주는 안전 지킴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클럽하우스는 소박한 편이다. 클럽하우스에 목돈을 들인 ‘요즘 명문’들과는 확실히 다르다. “골프장의 본질에 집중한다”는 생각으로 잔디 관리와 경기 운영에 힘을 쏟는다고.
정회원 165명, 주중 회원 460명으로 성수기 기준 하루 64팀만 8분 단위로 받는다. 물 흐르듯이 경기를 운영하는 것도 일동레이크GC의 특징이다. 주말에도 한 라운드에 4시간 30분 이상 걸리지 않는다. 신동원 농심 회장이 매주 방문하지만, 앞뒤 팀을 비우는 등 ‘황제 골프’는 없다. 7월 31일부터 8월 2일까지는 휴장한다.


Information

규모 1,587,849m²
요금 회원가 평일 85,000원 / 주말 95,000원
주소 경기도 포천시 일동면 화동로 738
문의 031-539-5900
홈페이지 www.ildonglak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