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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JUNE

[SENIOR PLUS]Signature Hole

가평베네스트GC

한 폭의 동양화를 로
연상시키는
명품 코스

빼어난 산세와 드라마틱한 지형으로 보는
이의 감탄을 자아내는 곳이 있는가 하면,
딱 트인 시원함과 잘 관리한 페어웨이, 친절한 서비스로
경기 내내 기분이 좋은 곳이 있다.
가평베네스트GC는 후자다. 발끝부터
전해지는 푹신함으로 잔디를 밟자마자
골퍼를 설레게 하는 딱 그런 곳이다.

Writer. 조수영(한국경제신문 기자)
Photo. 삼성물산 리조트부문


대한민국 시그너처 홀

대한민국에는 540개가 넘는 골프장이 있습니다.
이 모든 골프장에는 오너와 설계자가 가장 공을 들인, 그 골프장의 ‘얼굴’이라 할 홀이 있습니다.
적게는 18홀, 많게는 81홀 가운데 가장 멋진 딱 한 홀, 바로 ‘시그너처 홀’입니다.
2023년에는 한국경제신문과 함께 명문 골프장의 명품 홀을 소개합니다.

버치 9번 홀 티잉 에어리어

아무도 밟지 않은 눈길을 걷는 느낌이었다. “멋진 경치와 폭신한 페어웨이만으로도 그린피가 아깝지 않은 골프장”이라더니, 역시 명불허전이었다. 개주산과 서리산, 주금산, 대금산 등 4개의 큼지막한 산에 둘러싸였는데도 어떻게 이처럼 탁 트인 시야를 확보할 수 있었는지 신기 할 따름이었다. 버치 코스 3번 홀(파4)은 이런 가평베네스트GC의 27개 홀 가운데 으뜸인 시그너처 홀이다. 이 홀이 가평베네스트GC의 ‘얼굴’이 된 건 보자마자 입이 떡 벌어지는 절경 때문이 아니다. 얼핏 보면 평범한 홀 같지만, 천천히 음미해보면 물과 잔디, 소나무, 모래가 어우러진 한 폭의 수묵화를 떠올리게 한다. 이런 “담백한 아름다움이 버치 3번 홀을 대한민국에서 손꼽히는 ‘명품 홀’ 반열에 올렸다”는 오영일 가평베네스트GC 지배인의 설명이다.

황진이 소나무를 볼 수 있는 버치 3번 홀

황진이 소나무의 유혹

오 지배인은 블루티 앞에서 카트를 세웠다. 여기서 봐야 3번 홀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고 했다. 탁 트인 페어웨이에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호수를 끼고 오른쪽으로 돌면 땅콩 모양의 그린이 나온다. 전체적으로 보면 한반도 지도 모양이다. 티잉 구역은 제주도, 그린은 백두산쯤 된다.
다시 카트를 타고 레드티로 갔다. 화이트티에서 홀까지는 366m, 레드티는 311m다. 티샷은 140m 정도 날아 페어웨이 한가운데 떨어졌다. 남은 거리는 대략 170m. 최대한 그린 가까이 보내기 위해 드라이버 다음 긴 채(4번 우드)를 꺼냈다. 아뿔싸! 세게 쳐야 한다는 생각에 힘이 들어갔다. 채 끝에 맞은 공은 몇 번 구르더니 오른쪽 물가에 홀로 서 있는 ‘황진이 소나무’ 근처에서 멈췄다. 지금은 “황진이가 길게 떨어뜨린 머리를 감는 모습”이란 설명을 들으면 누구라도 고개를 끄덕이지만, 30년 전만 해도 이런 모양이 아니었다고 한다. 평범한 소나무였는데, 어느 순간 가지 하나가 아래로 자라기 시작했다고. 2000년에 삼성이 강원도 고속도로 관리공단으로부터 이 소나무를 사들일 때 건넨 돈은 250만원이었다. 지금은 수억원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귀한 몸’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 지배인은 “큰비 예보가 있으면 코스 팀이 여기로 제일 먼저 달려온다”고 했다.

메이플 5번 티박스에서 클럽하우스를 바라본 풍경.




같은 채로 날린 세 번째 샷은 100m 앞에 떨어졌고, 56도 웨지로 네 번째 만에 그린에 올렸다. ‘골프 전설’ 잭 니클라우스가 “티샷은 편안하게, 그린 주변은 어렵게”란 자신의 코스 설계 철학을 여기에 적용했다지만, ‘미스 샷’과 ‘짧은 샷거리’ 탓에 설계자의 의도를 제대로 읽을 수 없었다. 버치· 메이플 코스 18홀은 니클라우스가 설계했고, 파인 코스 9홀은 임상하의 코스 레이아웃에 니클라우스의 철학을 담아 니클라우스 인증을 받았다.
그린은 빠른 데다(스팀프미터 기준 3.1) 미세하게 휘었다. 3퍼트, 트리플보기. 오 지배인은 “웬만한 싱글 골퍼도 파를 낚기 쉽지 않은 핸디캡 2번 홀”이라며 “지금까지 이 홀에서 이글을 한 사람은 딱 한 명뿐”이라고 말했다.

메이플 & 파인 코스 전경

삼성 골프의 정수를 담았다

가평베네스트GC는 당초 무진개발이 36홀로 개발하려던 골프장이었다. 그 땅을 1995년 삼성그룹이 인수해 27홀만 들였다. “안양CC에 필적하는 명품 골프장으로 만들라”는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의 뜻을 담아 홀을 구겨 넣지 않았다. 그렇게 2000년 메이플・파인 코스를 열었고, 2004년 버치 코스를 추가했다. 앞뒤 팀 간격은 7분이지만, 골퍼들을 빡빡하게 몰아세우지 않는다.
잔디도 특별하다. 가평베네스트GC는 “세계에서 페어웨이우드를 치기에 가장 좋은 골프장”이라 일컫는다. 페어웨이 어디에서나 골프공이 쇼트티 위에 놓인 것처럼 살짝 떠 있기 때문이다. 이러니 주로 쓸어 쳐야 하는 우드를 치기에 안성맞춤이다.
페어웨이를 ‘쇼트티의 바다’로 만든 주인공은 안양중지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홀을 보유한 ‘삼성 골프’의 아이콘과 같은 잔디다. 삼성은 안양(18홀), 가평베네스트(27홀), 안성베네스트(36홀), 동래베네스트(18홀), 글렌로스(9홀) 등 99홀에 이 잔디를 심었다. 삼성이 2014년 인수한 레이크 사이드CC(54홀)는 인수 전에 심어놓은 잔디 그대로다. 안양중지는 ‘안양CC에서 개발한 잎 넓이가 중간 정도인 잔디’라는 뜻이다. 안양CC에 우수한 잔디 개체를 발견해 1976년 식재한 이후 꾸준히 증식시켰고, 2000년 잔디로는 국내 최초로 특허까지 받았다. 잎이 넓어 여름에 강하지만 추위에 약한 한국 잔디(야지)와, 이와 정반대로 입이 좁은 켄터키그래스, 벤트그래스 등 양잔디의 장점만 추렸다. 계절과 관계없이 똑바로 잘 자라기 때문에 필드를 빽빽하게 메운다. 힘도 좋아 공이 놓여도 허리를 숙이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품종이 좋다고 잔디 스스로 잘 자라는 건 아니다. 세심하게 관리하지 않으면 가평베네스트GC의 완벽한 잔디 컨디션도 유지할 수 없다. 골프장은 매달 한 차례 정기적으로 티잉 구역, 페어웨이, 그린의 잔디 밀도와 높이, 일정 면적 내 뿌리 수, 수분 함유량 등을 꼼꼼히 체크한다. 흙 1cm2 안에 건강한 잔디 뿌리가 23개 이상 나오지 않으면 비상리에 들어간다. 수시로 열화상 카메라를 장착한 드론을 띄워 땅 온도도 측정한다. 잔디 생육을 방해할 정도로 온도가 높거나 낮으면 특별관리를 해 건강하게 유지한다.
널찍한 페어웨이에 최고의 잔디 상태, 친절한 캐디, 여기에 삼성의 세심한 관리가 더해지면서 가평베네스트GC의 회원권은 모두가 인정하는 ‘황제 회원권’이 됐다. 전체 회원권 400개 중 90%는 삼성 계열사 등이 보유해 시중에서 거래되지 않는다. 매매할 수 있는 회원권은 30여 개뿐인데 2020년 이후 손바뀜이 없었다.
회원 수와 시설에서 엇비슷한 수준으로 평가받는 경기 광주 이스트밸리CC 회원권 가격이 지난 4월 초 19억5,000 만원에 거래됐다. 가평베네스트GC 회원권이 매물로 나오면 2008년 기록(19억3,000만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업계는 예상한다. 그린피(휴일 기준)는 회원 5만원, 가족 회원 17만원, 비회원 28만원, 캐디피는 15만원이다.

세심한 관리로 최상의 필드 컨디션을 유지하는 파인 9번 홀


Information

규모 27홀(전장 9,620m)
그린피 평일 23만원, 주말 28만원(비회원 기준)
주소 경기도 가평군 상면 둔덕말길 232
문의 1577-9727
홈페이지 www.golfsamsung.com